#70    웨트 플라이의 매력


 

오랜 만에 쓰는 이번 편에는 Wet fly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합니다.

국내 플라이 낚시에서의 관심은 초창기에는 드라이 플라이 그리고 님프를 거쳐서

웨트 플라이로 이어졌었고, 최근에는 누구나 쉽게 웨트 플라이를 즐기는 상황입니다.

웨트 플라이라고 해서 뭐 엄청 대단한 건 아니고,

그저 고기 잡기 위해서 고안된 낚시의 한 방법일 뿐입니다만,

그 자체가 오래 되었고, 플라이 낚시가 모습을 갖추고 처음 시작한 형태가 웨트 플라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남들이 잘 안하니까 도대체 이게 뭘까 궁금해서 웨트 플라이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었는데,

이제 여기 저기를 둘러 보다 보니, 점점 웨트 플라이의 모르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주로 영국 쪽에서 발간된 서적에서 많은 정보가 있더군요.

 

초창기 플라이 낚시에서는 훅을 물위로 띄운다는 것 자체가 여러 상황(무거운 훅, 티펫, 등등) 때문에

어려웠기 때문에 웨트 훅 하나로만 낚시를 했다고 합니다.

물론 웨트 훅의 패턴이 하나라는 의미는 아니고 웨트 훅 종류로만 낚시를 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영국에서는 각 지역별 다른 모습의 플라이 훅의 형태가 발전을 해왔고(14~16세기),

전체가 통합되어 웨트 훅의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쯤이었다고 합니다.

한 가지 훅의 형태가 있다면 그 안에서 배색의 차이와 소재의 차이만으로도

많은 경우엔 무려 500여 종류의 패턴이 있다고 하는 군요.

이렇게 세부적인 패턴이 나눠진 것은 단순히 실전에서 잘 들었던 결과를 모아 논 것이 아닌,

각각의 패턴은 시즌별 수서곤충의 해치에 따라서 그리고 어종에 따라서 세밀하게 개발된 패턴이라고 합니다.

 

요즘과 같이 한 가지 수서곤충을 보고 특징을 따서 비교적 유사한 모습으로 이미테이션 훅을 만드는 것과

동일하게, 윙(혹은 없는), 테일, 바디, 헤클, 립, 헤드, 택의 형식을 가진 전통적인 웨트 훅의

틀 안에서 실물과 가까운 최대한의 특성을 표현해낸 모습입니다.

 

드라이와 님프와 같이 명확히 목정성을 가지고 실물을 흉내낸 것이 아니고,

정해진 틀 속에서 표현하다 보니까 다소 제약이 있어 보이지만,

미국과 같이 몇년 혹은 몇 십년 테스트 해보고 굳어진 패턴과 달리

몇 백년 단위의 오랜 기간 동안 테스트를 통해 이뤄진(물론 모든 패턴이 그런 건 아니겠지요) 패턴이라

상당히 실전에 강하다고 합니다.

아직도 영국 쪽엔 할아버지 피셔들이 웨트 훅 박스 하나만 매고 꿋꿋하게 낚시 다니신다고 하시는 군요.

 

웨트 훅의 기본은 수중에 흘리는 것인데,

몇 가지 외전(外傳)을 보면 수면 위로 띄우거나, 웨이트를 달아서 바닥을 쓸기도 하는 등의 응용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역시 기본은 수면 바로 아래 층을 유영하거나, 적당한 수심에서 움직이는 것입니다.

훅이 가진 특징과 낚시꾼의 조작에 따라서 웨트 패턴은 여러가지로 변신해서

물고기에게 프리젠테이션 됩니다. 매우 통합적인 낚시가 되는 것이지요.

현대에서 정리되어 쓰이고 있는

프리젠테이션 방식에 따른 기본적인 웨트 낚시법은 아래와 같은 종류가 있습니다. 순서는 아무 의미 없습니다.

아래 내용에서도 역시 응용이 가능합니다.

 

첫째는 수면 바로 아래에서 움직임 없이 떠내려가는 훅은 스틸본(Still-born)이라고 불리는 해치 중에 죽은

수서곤충을 나타내거나, 육상곤충(Terrestrial)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둘째는 수면 위에 바짝 붙은 모습으로 떠 있는 형태입니다. 떨리는 움직임을 주기도 하고, 그냥 흘리기도 하는

등의 모습으로 해치 중에 있는 수서곤충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셋째는 바닥의 가까운 곳에서 움직임 없이 흘려서 natual drift 하는 수서곤충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넷째는 바닥 층에서 약간씩 움직이면서 헤엄치는 또는 이동하는 수서곤충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바닥에서 수면으로 올라오는 움직임을 줘서 해치를 위해서 떠오르는 수서곤충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여섯째는 주로 물가 얕은 곳의 수심에서 도망가는 느낌의 움직임을 줘서 치어(Fish fry)를 나타냅니다.(주로 밝은 색 계통)

 

드라이 훅에서 이머져, 님프 그리고 스트리머의 역할까지 모두 해내는 모습입니다.

상황을 맞추자면 각각의 프리젠테이션에서 훅의 모습이 매우 달라야 되겠지만,

실제로 웨트 낚시꾼들은 거의 변형이 없는 전통적인 웨트 훅 패턴 안에서 소재와 색상의 변형만을 통해서

각각의 상황을 해결해서 낚시를 하고 있더군요.

지금은 이미 다양하고 자유로운 패턴도 있고, 합성소재를 비롯해서 많은 변화가 가능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웨트 훅 만으로 고기에 도전(?)하는 낚시의 모습은 흥미롭습니다.

 

플라이 낚시라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핸디캡을 가지고 낚시에 임하는 Sport fishing라는 호칭에 가까운 편인데,

그 안에서도 웨트 훅 패턴이라는 더욱 좁은 선택의 폭으로 점점 예민해지는 고기를 상대로

낚시에 임하는 것은 꽤나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만,

한 편으로 보면 꽤 용기있는 낚시꾼들로 보입니다.

 

단순히 고기를 효율적으로 취하기 위해서 개발(?)되었던 플라이 낚시의 해답이 웨트 플라이 였다가

낚시 자체를 즐기기 위한, 그리고 좀 더 어려운 룰 안에서 자신이 정해둔 승리 또는 결과를 이뤄내는 자체를

목표로 하는 현대의 Sport fishing에서도 역시 웨트 플라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상황을 참 재밌게 하며,

웨트 플라이에 대한 매력을 늘리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훅을 매기 위해서는 많은 수서곤충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기도 하고,

일견 단순해 보이는 웨트 훅 하나에다가

나머지는 오로지 자신의 조작(manipulation)에 의해서 낚시의 대부분이 좌우되는,

장비와 채비의 좋고 나쁨을 배제하고, 고기와 순수하게 낚시꾼의 skill을 겨루는

진검 승부의 느낌 역시 웨트 플라이의 매력을 배가 시키기도 합니다.

 

뭐 이런 약간 어려운 해석이 아니더라도 웨트 플라이가 갖는 단순한 매력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타잉이 방법이 간편하고, 소재도 쉽고(물론 제대로 들어가면 절대 안 쉽습니다만...-_-),

게다가 훅 소지하기도 쉽습니다. 드라이 훅과 달리, 얇은 훅박스 하나면 충분하니까요.

 

저도 요즘은 점점 게을러 져서 복잡한 훅 매기가 귀찮아 지면서

웨트 쪽을 좀 더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물론 실력은 아직 안됩니다만....^^;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