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매치더 해치의 혼란


 

이번 편에는 약간 애매한 이야기를 이어 봅니다.

지난 번에 송어의 섭이이론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실제 송어를 대상으로 한 실험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비슷한 실험 중에 이런 게 있었다고 하는 군요.

 

야생 무지개 송어 몇 마리를 채집해다가 인공적인 소에 풀어 놓고 몇 가지 먹이감(캐디스 라바, 메이플라이 님프 등)을 공급해 보았답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 후, 송어들의 위를 조사해본 결과,

어떤 녀석은 캐디스 라바만 집중적으로 먹었고, 어떤 녀석은 메이플라이 님프만을 집중적으로 먹었댔답니다.

원래 실험의 의미는 각 송어마다 갖고 있는 searching image의 차이점을 알아 보는 실험이었던 것 같은데,

낚시꾼의 입장에서는 좀 다른 의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고기마다 어릴 때 기억 때문이든지, 자라온 성장기록 때문인지,

최근에 특정 플라이 바늘에 걸려 보아서 나쁜 추억이 있는지 어떤지 모르지만,

고기가 먹이를 먹을 때, 취향을 갖는 다는 것이지요.

마치 사람처럼 누구는 짬뽕을 좋아하고 누구는 짜장을 좋아하듯이 자유롭게 선택을 한다는 것이지요.

이는 기존 매치더 해치 이론에서 심각한 혼란을 주게 됩니다.

예전에도 어떤 책에서 동일한 어종이라고 해도 각자 섭이방식에 전문분야가 있어서(바닥 전문, 돌 뒤지기 전문, 수면 전문 등)

섭이 내용이 다르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나는 군요.

 

물론 먹을 게 부족한 빈천(貧川)에서는 고기는 선택이라는 여유를 가질 수 없겠지만,

해치가 많거나 다양해지는 물에서의 선택적인 고기와 맞닥치는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예를 들어서 실제 계류에서 몇 가지 해치가 동시에 일어 났습니다.

물론 해치 양이 조금이라도 많은 우점 해치가 있을 것이고, 조금 작은 보조 해치가 있을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플라이 낚시꾼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1. 가장 일반적인 접근이라면 우점 해치를 중심으로 패턴을 선택해서 낚시를 시작할 것이고,

2. 그 다음 단계는 해치 중에서도 조금 더 큰 사이즈의 해치와 유사한 패턴으로 낚시를 하겠지요.

3. 단지 오랜 경험에 의해서 그 해치에 익숙하다면 비교적 고기가 선호하던 패턴으로 낚시를 시작할 수 있겠지요.

4. 그리고 좀 더 발전된 단계의 낚시꾼이라면,

해치를 세밀히 관찰해서 실제 고기가 어떤 라이즈를 보이며, 어떤 해치를 공격하는지

시간을 들여서라도 파악한 후 접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고기가 섭이 취향을 갖는다고 해버리면 위와 같은 다양한 접근이 모두 꽝이 되 버리는 겁니다.

낚시꾼이 제 아무리 고민하고 해석해서 고기가 짬뽕을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기는 무조건 짜장을 좋아하거나 밀가루 음식을 싫어해서 복음밥을 먹겠다고 해버리는 결과가 있을 수 있는 거지요.

일단 이 상황에서의 고려사항을 한번 차례로 살펴 보겠습니다.

 

첫째, 사람 눈으로는 그 시점에서의 모든 해치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도 없습니다.

겨울과 같이 특정시기에는 가능하겠지만, 그때는 매치더 해치 자체가 단순해지니까 별 문제가 없으므로

논외로 치고, 선택적이 되는 매치더 해치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고려해야 겠지요.

그렇다면 1번, 2번과 같은 접근은 우습게 되기 쉽습니다.

 

둘째, 최근에 그 고기가 특정해치와 비슷한 먹이를 선택하였다가 낚시꾼에게 혼난 적이 있었다면,

1번, 2번, 3번까지 모두 물 먹게 되어 버립니다. 경험이고 논리고 아무 것도 안 통하게 되는 것이지요.

 

셋째, 고기를 계속해서 낚을 수록 문제가 더욱 어렵게 되어 버립니다. 예를 들어 4번과 같이 제대로 접근해서

A라는 해치를 먹는 녀석을 눈으로 확인하고, 똑같이 매치를 하고 제대로 프리젠테이션을 해서

한 마리의 고기를 낚아 내고 그것으로 낚시를 끝내면 좋겠지만,

다음 고기를 낚아 내기 위해서는 똑같은 매치가 먹힌다는 보장이 없어 집니다.

왜냐면 그 고기는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지요....-_-;

취향이 다르면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관찰하고 매치를 해내야 하는 거지요.

낚시꾼이 비교적 최선의 방법으로 선택한 4번도 전략이 아닌 전술의 수준으로 끌어 내려 버립니다.

 

넷째, 거기다가 추가적으로 서열의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흐르는 물에서는 먹이를 파악하고 먹기 좋은 최적의 자리가 정해져 있어서

가장 쎈 녀석부터 순서대로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래서 서열 1위, 2위의 고기가 A라는 동일한 종류의 먹이를

좋아한다고 해도 서열 1위가 먼저 A를 먹기 때문에 서열 2위는 A를 먹을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선 실험에서도 각각의 고기가 먹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군요.

특히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서 배치되는 먹이감 내용이 달라 지기 때문에 서열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물속 상황을 완벽하게 알 수 없는 이상, 4번의 방법 역시 더욱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서열 2위가 B라는 먹이를 먹는 것을 보고 서열 1위에게 B를 프리젠테이션 하면

무시당하기 쉽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혹시나 서열 2위를 보고 제대로 매치해서 서열 2위를 낚아냈다고 하더라도

서열 1위를 낚을 수 있다는 보장은 전혀 없어지게 됩니다.

게다가 서열 2위를 바늘로 거는 동안 서열 1위는 돌 틈과 같은 안전한 곳으로 숨어 버리겠지요.

운 좋게 서열 1위에 맞게 매치를 잘 해서 서열 1위를 낚아 냈다면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도 있고,

그 다음의 낚시는 좀 쉬워 지겠지만, 서열 2위는 취향이 다르거나,

가끔의 경우에는 1위에 의해서 항상 A라는 먹이를 뺏겨서 A가 Searching Image 카테고리에 빠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계류에서 라이즈는 몇 개 보인 것 같은데 잔챙이만 나오고 마는 경우가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시기에 따라 이동 중인 계류에서 혹은 수량 문제로 고기들이 몰려 있는 경우에는

낚시꾼은 모르지만 실제 물 속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겠군요.

 

추가적으로 천적과 같은 공격자의 요소나 수온과 수량, 탁도와 같은 외부적 요소와

최근의 날씨와 기온에 따라 고기가 제대로 밥을 먹었나 못 먹었나와 같은 배고픔의 정도에 따른 내부적 요소 등

많은 고려사항들이 있습니다만,

일단 이 정도로만 예를 들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낚시꾼에게 정말 제대로 된 매치더 해치로 해보는 낚시 한 판은

복권과 같은 확률의 문제이며, 운에 따르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까요?

 

일단 제가 쥐어 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답은 한 가지로 요약 되는 것 같습니다.

바로 관찰하고 또 관찰하는 것이지요.

물속에 무엇이 있고 누가 있는지 그리고 그 누군가가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먹는지, 왜 그렇게 먹는지....

 

단순히 많은 이동과 Trial & Error 만으로 바늘에 거는 고기의 마릿수만으로

충분히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낚시꾼이라면 별 문제 없겠지만,

좀 더 깊은 플라이 낚시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고기 그리고 자연과의 퍼즐 게임으로 즐기기 위해서

낚시꾼은 단 한 번의 프리젠테이션을 하기 위해서 관찰하고 관찰하고 또 관찰해야 하는 것이지요.

 

관찰하면 할 수록 낚시꾼은 플라이 낚시와 온전한 자연의 깊이를 알 수 있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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